소금을 캐는 사람들

최영숙 | 기사입력 2005/08/26 [00:00]

소금을 캐는 사람들

최영숙 | 입력 : 2005/08/26 [00:00]

  '옹진군 대부면 동리 657' 오래된 주소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안산시로 편입되기 전의 동주염전 주소가 더 친근감이 드는 것은 잊혀졌던 시절을 다시 만난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주염전의 오래된 주소를 담고 있는 간판처럼 그곳의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별로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예전의 방식으로 소금을 캐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김대자(46)씨의 소금을 거두는 모습은 경쾌했다. 마치 무협소설에 나오는 여 협객같았다. 금방이라도 두 발이 사뿐히 들려 공중으로 날아갈 듯했다. 

 

사람과의 만남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김대자(46)씨의 남편 우종섭(48)씨를 먼저 만났었다. 우종섭씨는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나를 만날 때마다 퉁명스러웠다. 아줌마가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모습이 영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시골에서 자란 정서는 그분들과 잘 맞아서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다. 동주염전에서 부부가 일을 하시면 사진을 찍었다. 어찌보면,  뭔 사진이냐 하겠지만, 진정 귀한 사진은 보통 때의 모습을 담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남편과 목장일을 18년간 하면서 100 여 두의 소를 길렀지만 막상 목장 일을 접고 보니 그 힘차게 일하던 때의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경운기 2 대를 각자 끌고가서 두 경운기 가득 풀들을 베어 나를 때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못내 아쉬었다. 나중에 염전 분들과 친해지면서 그분들 사진을 찍으면서 찍지 말라고 하면  내 이야기를 했다. 힘든 일을 해본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기에 나이와 상관없이 금방 친구처럼 되었다. 다음에 갈 적에는 찍은 사진을 전해드렸다. 그분들은 사진을 받으면서  무척 기뻐하셨다. 내가 찍은 사진을 가장 귀하게 간직하고 계신분들은 아마 그분들일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싸우면서 정이 든다고 처음에는 툴툴거리던 우종섭씨 와는 나중에는 내가 뺀질이 아저씨라고 놀리는 사이가 되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것은 힘든 일을 해보았기에 내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전에 왔을 때나 어떤 다른 장소에서도 마음은 도와주고 싶지만 일을 할 줄 몰라 엄두를 못내는 것이 아니고  일하는 분들에게 걸리적거리지 않고 제대로 된 일꾼으로 그분들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우종섭씨 부부의 염전일을 도와드렸더니, 참 내, 아무리 일을 잘하기로서니 아예 한 쪽판을 나에게 몽땅 맡기고 우종섭씨 부부는 반대쪽에서 일을 했다. 그쪽이 프로끼리 서로 엉기지 않고 차라리 속 편하게 일을 도와주었다. 그날은 수확이 좋아서 한판에 일룬차로 2대 반에서 3 대가 나왔다. 소금풍년이었다. 오랫만에 일을 해서 힘은 들었지만 뿌듯했다.

 

동주염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염부(?)이다. 방학이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백종민군은 2시간에서 3시간 일을 도와주고 만오천원을 받는다고 했다. 힘들듯해서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굳이 사양했다. 참 요즘 보기드문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 물거품과 같아 보였다. 어느 바다에서 흘러와 햇살에 제 몸을 달궈 흰 결정체들을 만들어낸 저 소금들은 바다의 사리들이 아닐까 싶었다. 

 

소금의 집이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 들었다. 올 초여름까지는 날씨가 좋아서 소금이 풍년이라고 하셨다. 100년만의 더위라고 헉헉거릴 때, 동주염전에서는 소금들이 순풍순풍 생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일에는 불평할 일이 하나도 없다. 마치 시소와 같아서 누군가 내려가면 올라가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요즘은 하루 건너 비가 내린다. 하루에도 시시각각 일기예보를 듣는 그분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잠시후 세상의 어느 건너편에서는 또한 누군가 올라가는 시소에 있는 사람이 있겠거니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갈 수록 황희정승식 사고를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우유부단해 보였고 기회주의자 같았는데 그것은 세상을 포용하는  폭이 넓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것이다.

 

수박 한 통을 사갔었다. 수박을 자를 칼이 없자 우종섭씨는 돌에다 수박을 쪼개었다. 뭐든지 궁하면 통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은 일을 끝내고 마시는 술이다. 더 이상 급할 것도 없이 느긋하게 막걸리를 마셨다.

 

 동주염전에는 저녁이 되면 급박하게 움직이면서도 또 한 편 에서는 느긋하다.  비만 안 온다면 늦어도 상관이 없기에 한쪽에서 모두 거두고 집으로 들어가도 어느 한 편에서는 소금을 걷는다.  날이 어두어 오고 소금들은 노을 속에 있었다.  마치 꼬맹이 피라미드 같았다.  잠시 후, 하나씩 일륜차에 실려 자신들의 소금창고로 실려갔다.  날은 어두어 오고 있었지만 소금창고의 소금들은 하나씩 흰 날들을 세우고 하나씩 되살아 나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선 소금은 제 몸을 녹여 짠 맛을 만들고 제 몸에 닿는 것들을 숨죽인다.  동주염전은 현재진행형의 소금 역사를 보여줘서 흥미롭다.  그러나 그곳도 점점 줄어든다고 했다. 이제 이분들마저  소금을 만들지 않으면  이곳 또한 폐염전이 될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이분들이 정성들여 만든 소금을 적정한 값에 팔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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