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원 풍선을 들고 타종식에 참석한 시민들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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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2013과 2014년 사이
오! 사! 삼! 이! 일! 둥~우웅.
그순간 법륭사에 모인 약 1천여 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함성과 함께 손에 쥔 소원 풍성과 풍등을 날려 보냈다. 한편으로는 밤하늘을 하얗게 수놓는 소원 풍선과 풍등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범종 소리의 은은한 울림을 들으며 새해의 소망을 빌고 있었다.
새해의 바람이 쓰인 소원 풍선과 풍등이 하늘 끝까지 닿아서 마침내 성취되길 바라는 마음이 역력했다. 또한, 서른 세 번 이어지는 종소리에 자신의 작은 바람을 실어 하늘까지 울리려는 함성이 우렁찼다. 한 마디로 하늘과 소통하는 열정의 현장이었다.
엄마, 언니와 함께 온 김담빈(6ㆍ포동) 양은 “김치 잘 먹고 싶어요”라며 매워서 먹기 힘든 김치를 새해에는 꼭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또박또박 소원지에 적었다.
▲ 새해 소망을 적고 있는 담빈이와 엄마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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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온 전승배(53ㆍ정왕동) 씨는 ‘우리 가족 건강 기원’ ‘건강 행복’ ‘전수빈 중앙대 경영학과 합격 기원’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 기원’ 등을 적은 소원 풍선을 날려 보냈다.
▲ 풍선에 소원을 적은 수빈 아빠와 엄마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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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온 한정훈(38ㆍ하중동) 씨는 ‘건강하고 화목한 2014년 대박나라. 지우, 지민, 선숙 사랑해’ 라는 새해 희망과 마음이 담긴 글귀를 풍등에 적어 하늘로 띄웠다.
범종루에서 타종을 했던 법륭사 신도회장 현일장(52ㆍ인천시) 씨는 “새해의 벅참과 희망, 미래의 밝음과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으로 타종에 임했어요”라며 낭랑한 법륭사의 종소리가 새해에 시민들의 희망을 크게 울려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스물 아홉! 서른! 서른하나! 서른 둘! 서른셋! 둥~우웅. 타종이 끝나고 참석했던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떡국을 한 그릇씩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시민과 함께하는 제야의 종 타종식. 일명 떡국 나눔 행사가 법륭사(주지 현여스님)주관으로 2013년 마지막날과 2014년 첫날에 걸쳐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어울림-타종식 그날
새해맞이 시민과 함께하는 타종식을 알리는 펼침막이 법륭사가 소재한 연성동 곳곳에 12월중순경부터 게시되면서 내 시선을 끌었다. 벌써 10년째 진행되는 행사가 아닌가?
저녁 6시경에 법륭사에 갔다. 도착해보니 법륭사 사무국장, 관리과장을 비롯한 문수회 소속 청년 2명, 군부대에서 지원 나온 병사 2명, 그리고 신도회 소속 30여 명의 남녀 신도들이 아침부터 서둘러서 모든 것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었다. 절 앞마당은 물청소까지 깨끗하게 되어 있었고, 마당 옆에는 천막을 쳐서 떡국 공양을 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야채국물로 가득 찬 가마솥에는 국물이 보글보글 끓는데 구미가 당긴다. 떡국을 준비 중인 지광화(53ㆍ하중동) 씨는 “10년째 떡국 나눔 행사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작년에 700인분 정도 했는데, 모자랐어요. 올해는 천 명분을 준비했죠.”라며 작년의 아쉬움과 떡국 끓이기 노하우도 덤으로 알려주셨다. 가래떡은 물에 불려 놨다가 먹기 임박해서 끓이면 된다고 했다.
마당 가운데는 드럼통 하나로 만든 대형 난로가 참나무 장작을 품고 활활 타오르며 따스함을 건네주고 있었다. 오늘의 타종식도 어쩌면 시흥시민에게 이런 난로와 같은 삶의 따스함을 주는 행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륭사의 주건물인 수마제전과 설법전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민과 함께하는 타종식’이 적힌 펼침막이 오늘 행사의 취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초저녁 무렵이었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그 틈에 사진기를 들고 경내를 촬영했다. 이윽고 범종이 걸려 있는 범종루에 조명이 비추어지니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형형색색의 불빛에 따라 범종루의 단청이 환상의 무지개빛을 발했다. 시간이 갈수록 기온은 떨어지고 밤은 깊어갔지만 시민들은 하나 둘씩 점점 법륭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 법륭사 주건물인 수마제전과 설법전 야경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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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가 되면서 마당의 대형 난로 주변은 남녀노소로 몇 겹에 걸쳐 포위 되었다.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의 조명에 따라 색다르게 연출되는 범종루의 화려한 변신에 감탄한 시민들이 카메라로 연실 촬영을 했다. 아란 유치원쪽 마당에는 새해 소원지 쓰기, 소원 풍선 및 풍등 날리기 접수를 받고 있었다. 최상운(57ㆍ정왕동) 관리과장은 “올해 처음으로 풍등을 띄우는거예요. 한 20개 정도 준비했어요. 소원 풍선은 500개 정도 했구요.”라며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만약을 위해 경찰차와 소방차가 법륭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11시 40분경. 행사진행을 위한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전체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하얀색의 소원 풍선을 하나씩 시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풍선을 받기 위해 밀고 당기고 한다. 풍선을 받자 환호하며, 매직으로 새해 소원을 적기도 한다.
11시 50분경. 타종식이 시작되고, 행사에 참여한 내빈이 소개됐다. 김윤식 시흥시장, 김태경 시의원, 양요한 경기도노인전문시흥병원장 등이었다. 어느덧 법륭사 마당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손에는 풍선과 풍등을 들고, 입으로는 힘차게 카운트다운을 하였다.
12시 정각. 시민들의 함성과 함께 33번의 종소리가 힘차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내빈들의 새해 덕담이 짧게 끝나고, 떡국 공양이 시작되었다. 새해 첫 시작을 따스한 떡국과 함께 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 사랑과 나눔이 담겨있는 떡국 한 그릇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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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행운권 추첨. 사회자의 재치있는 진행으로 즐거움이 가득한 추첨이었다. 첫 행운권의 주인공은 정용진(44ㆍ서울시) 씨였다. 그는 “가족들이 10명이 왔어요. 동서가 시흥에 살아서 처음으로 오늘 시흥에 왔는데, 첫 선물을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시흥시민 모두 건강하시구, 시흥시가 발전하길 빕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 시흥시민에게 보내는 정용진씨의 새해 메시지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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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곰인형부터 세제, 휴지 등이 준비돼 있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행운의 주인공들도 기뻐했지만 주위의 시민들도 당첨자에게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행사가 마무리 되면서 새해 각오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힘차 보였다.
▲ 행운권 추첨에 박수로 환호하는 시민들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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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광(68ㆍ미산동)씨는 “시민들이 종교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모여서 화합하니까 좋아요. 소원지도 쓰고 풍선도 날리면서 소원을 빌고, 떡국을 나눠먹으니까 기쁘죠.”라며 자녀의 운수대통과 가족 건강을 새해에 바란다고 하였다. 바로 이런 것이 어울림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타종식이 마무리되어 가는 2014년 새해 벽두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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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40분경. 야단법석이었던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조용해졌다. 몇몇 남은 신도회원들만이 천막철거, 설거지, 물품 정리 등으로 분주했다. 봉사의 감사함, 그리고 숭고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새벽 2시. 모든 것이 정리 되었다. 다시금 한바탕 어울림의 축제를 끝낸 법륭사는 정적(靜寂)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따스함-법륭사와 타종식
법륭사(法隆寺). 1986년 고(故) 월해당 덕기 대화상이 시흥시 하중동에 창건한 사찰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직지사 말사이며, 주지는 현여스님이시다. 법륭사는 불법을 전도하며, 동시에 약사여래불을 조성하여 많은 시민들에게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도량으로 유명하다. 법륭사에서 시흥시민과 함께하는 타종식은 이번이 10년째 행사다. 2004년에 범종루를 조성하고 법륭사가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서, 그리고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전환기에 시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기획하여 매년 진행해 온 것이다.
▲ 10년간 타종식이 거행되었던 법륭사 범종루 ©심우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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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여스님은 “시흥시에는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아주 많아요. 그러다보니 고향도 아니구. 좀 삭막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죠. 시민들 간에 어울리기도 하고, 떡국도 나누어 먹고 하는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싶었고. 그런 행사 중의 하나가 타종식이죠.”라며 행사의 취지를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셨다.
스님의 말씀 속에서 이번 행사가 단순한 타종식이 아닌 지역 주민과 함께하여 이웃 간의 정을 불어 넣고, 그들과 소통하여 편안한 세상을 구현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법륭사 신도 뿐만 아니라 시흥시민 모두가 건강하면서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라며, 따스함이 넘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2014년 새해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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