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자~~! 갯골로**^

포동 구염전

이정우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11/10/19 [07:11]

놀러 가자~~! 갯골로**^

포동 구염전

이정우 객원기자 | 입력 : 2011/10/19 [07:11]

지난 수요시모임은 갯골에서 가졌다. 모임의 특성상 야외에서 한번 진행을 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고, 때마침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자연은 전형적인 가을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여러 명이 둘러앉아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질만한 공간이 어딜까 생각하다 갯골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 2011년 가을     © 유형

                                                                                                                        
수요시모임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편씩 자작시를 복사해 와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주는 모임이다. 이름 있는 시인들이 볼 땐 하찮은 모임이겠지만, 문학의 목마름을 호소하는 우리들은 나름대로 아주 진지하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틈]이다. 부부사이의 틈, 인생의 틈, 학문의 틈 그리고 창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다.

▲     © 이정우

                                                                                                                                                      
내가 포동갯골과 인연이 된 것은 아주 오래전이다. 지금 큰 아이가 군제대를 했으니까 아마 이십년은 되었을 거다. 문짝 세 개 달린 프라이드에 어린 아들 둘을 태우고 갯골로 달려가 게를 잡으며 놀았다. 전형적인 산골출신인 나는 게눈보다 더 큰 눈으로 연방 감탄사를 토했다. “엄마얏, 게가 날 물어.” “이것 봐! 눈알이 팽팽 돌아” “아이구 아파, 집게발이 내 집게손가락 물었어.” 어린 아들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엄마의 호들갑에 덩달아 신이 났었다. 좀 조용히 하라는 남편의 책망은 들리지도 않았다. 

▲ 2007년 가을     © 이정우

                                                                                                                                            
굳이 게를 잡겠다고 갯고랑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도로변으로 나 있는 고랑에도 게들이 수두룩했다. 경험이 없어서 맨 손으로 간 우리들은 구경만으로도 신났지만, 아는 이들은 양동이를 들고 와 게를 잡아가는 모습도 보였고, 망둥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보챌 때가 아니라 가끔씩 내가 뭔가 신나는 일을 찾고 싶을 때 어린애들을 데리고 찾아 갔었던 곳이다. 

▲ 2007년 여름     © 이정우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 2005년 디카 보급이 막 시작되면서 장만한 200만 화소 디카를 장만했을 때, 디카 속에 담기는 갯골의 칠면초와 갯갈대가 어우러진 색상의 대비를 보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거기다가 허름한 소금창고가 사각틀 어디에나 걸려들다 보니 서툰 셔터 누름에도 무슨 유명한 사진사가 된 듯 뿌듯한 만족감이 일었다. 비가 온다고 달려가고, 눈이 온다고 눈 속을 헤집고 찾아가고, 갯갈대 새순 올라오니까 그 연둣빛 고운 색감 찾아내겠다고 또 찾던 곳이다.  

▲ 2006년 겨울     © 이정우

                                                                                                                                                           
사년 전쯤 6월 그땐 화요일마다 꽃 보러 다니는 팀이 있었다. 꽃도 보고 풍경을 보기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비 내리고 난 후 하늘은 맑았지만 지면은 습기로 인해 한층 더 후텁지근했다. 갯골을 찾은 우리들은 칠면초, 퉁퉁마디, 갯갈대 등을 찍기도 하고, 갯골의 풍경을 찍기도 하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으나 모두 타일 바닥에 누웠다. 
 

▲ 2007년 여름     ©유형

                                                                                                                                   
뜨끈하고 후끈한 열기가 마치 찜질방 분위기다. 그런데 누구하나 덥다는 소릴 하는 것이 아니고, 시원하다 했다. 염분이 함유된 따끈한 열기가 아랫배를 따끈하게 덥혀주었고, 노곤하던 참에 한 숨 낮잠을 자도 충분하겠다 싶었다. 더운 갯골 한 복판에서 냉면 배달을 시켜 먹었다. 그 맛이야 세상 어디에서 먹었던 맛과 비교가 될 수도 없었고, 거기에 곁들인 마트 냉장고에서 공수한 팥빙수는 갯골의 여름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 2007년 여름     © 유형

 
몇 년이 지난 후, 그 여름을 재현하는 우리들은 사실 시모임보다 짜장면, 짬뽕에 관심이 더 있었을지 모르겠다. 가을바람이 적당히 불어 줬고, 듬성듬성 남아있는 갯개미취는 이 가을이 외로워! 외로워를 몸으로 표현한다. 퉁퉁마디, 칠면초 붉어질 대로 붉어진 얼굴로 짬뽕 국물에 대한 상상을 했을 거다. 갯골에서 먹는 짜장면의 감칠맛, 짬뽕의 그 얼큰한 국물 맛을 갯갈대는 뭐라고 표현하며 곁에 서 있었을까.

▲ 2011년 가을     © 유형

                                                                                                                                         
가을이다. 갯갈대 꼬투리 여무는 소리, 갯개미취 솜털 날리는 소리. 퉁퉁마디 염분 가두는 소리, 가을은 소리로 다가 온다. 거기다 아직 덜 여문 시인들의 시 읽는 소리로 갯골은 가을합주곡을 아주 훌륭하게 연주해 내고 있다. 내 중년의 신나는 일 중에 갯골을 빼면 달리 할 이야기가 없을 거다. 부르지 않아도 가고 싶고, 막상 어딘가를 결정 짓지 못 할 때도 맛난 음식을 싸 가지고 달려가서 갯골에 퍼질러 앉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여유. 

▲ 2011년 가을     © 이정우

                                                                                                                                                  
아직은 내 아이들이 풋내 나는 청춘, 미성숙한 젊음을 살고 있지만 언젠가 세월이 흘러 삶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게 된다면 서슴없이 권하고 싶은 곳이 갯골이다. 자연은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주인이라 했다.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곳, 혼자이기도 하면서 여럿일 수 있고, 꿈쩍도 않는 곳 같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갯골의 진수를 훗날 깨닫게 된다면 내 아이들은 갯골에서 분명히 엄마를 떠올릴 거다.

▲ 2006년 가을     © 이정우

 
날이 어둑해지자 시모임을 끝이 났고, 다음 번 주제는 [짜장면]으로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시를 읊을 수 있는 동무가 있고, 시를 품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너무 좋다. 이 가을. 어쩌면 난 무지 바쁘겠다. 몇 년 동안 못 봤던 가을 단풍도 봐야 하고, 한 편도 쓸 수 없었던 시를 이젠 누에고치처럼 쉬지 않고 뽑아낼 수도 있을 거 같은 착각을 하니 몸보다 맘이 더 급하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갯골에서 짜장면집으로 냉면집으로 배달 전화를 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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